포항역 → 해운대역 (무궁화호)
05:30 → 07:46
부전역 → 진주역 (무궁화호)
10:00 → 13:00
진주역 → 하동역 (무궁화호)
16:02 → 16:52
하동역 → 순천역 (무궁화호)
17:44 → 18:17
밤늦게 포항에 도착해서 매우 피곤했다. 집에 도착해서 마지막 짐정리를 끝마치니 밤 12시쯤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막상 누워도 전국일주 한다는 생각에 어린아이처럼 기대감에 부풀어 잠이 안와서 새벽 1시쯤 되어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새벽 4시 20분.
정말 잔 것 같지도 않았다. 마치 낮잠 잔 것처럼 휴대폰 알람 소리에 아무렇지 않은 듯 벌떡 일어났다. 씻고 옷을 입고 집을 나섬으로써 그렇게 나의 전국일주가 진짜로 시작되었다. 새벽 5시에 약속장소인 장성동 주민센터 앞에서 명학이를 만나서 택시를 타고 포항역으로 향했다. 집에 나올 때 까지만 해도 어두컴컴했는데 포항역에 도착할 때 보니 어느새 밝아 있었다. 우리 둘은 내일로 티켓을 발매 받고는 첫 여행지인 해운대로 향하는 부전행 무궁화호에 몸을 싣었다. 우리는 기차 맨 뒷칸에서도 맨 끝자리에 앉았는데, 기차 뒤에 있는 창문을 통해 철길을 보니 사진에서만 볼 법한 멋진 광경이 보였다, 평소에는 중간 기차칸에 앉았기 때문에 이런 광경을 볼 기회가 없었는데, 자유석이다 보니 이런 멋진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경주역까지는 항상 타고 다니는 길이라 많이 익숙했는데, 서경주역 쪽이 아닌 불국사역 쪽으로 가면서 ‘아, 정말 내가 모르는 곳으로 가는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울산역을 지나 해운대역으로. 정말 멋있는 것은 해운대역에 거의 다 왔을 때보니 불과 철로 몇 십 미터 옆에 해안가가 있었다. 해안가 바로 옆으로 기차가 달리는 것을 보고 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해운대역에 도착해서 10분정도 걷다보니 그 유명한 해운대 해수욕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아침이고, 아직 해수욕장 개장하기 전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지만, 동백섬과 어우러진 해운대를 바라보니 내 마음까지 시원해졌다. 명학이와 해운대 해수욕장 백사장을 걸으면서 사진도 찍고 해운대 경치도 만끽했다. 이른 새벽부터 하나도 먹지 않은 터라 매우 배가 고팠는데 여행책자에 보니 해운대 국밥이 유명하다해서 근처 해운대 시장에 들어가서 해운대 국밥을 먹었다. 비록 허름한 가게에 할머니가 식당을 하고 있었지만, 국밥의 양이나 맛 하나는 정말 푸짐하고 맛있었다.
그렇게 짧은 해운대 일정을 끝마치고 해운대역에서 부산 지하철을 타고 부전역으로 향했다. 부전역에서 진주역으로 가는 순천행 무궁화호에 올라탔는데, 부전행 무궁화호랑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MT를 가기위해 온 대학생들이 기차 안에 반 정도 있었다. 우선 명학이와 나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맨 끝자리를 앉아 자고 있었는데 30분 만에 원래 자인 주인에 의해 밀려났다. 맨 뒤에 화장실 앞 큰 자리에 그냥 앉아서 명학이와 얘기하다가 원동으로 가는 한 아저씨와 재미있게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어느새 그 아저씨 내릴 곳이 왔고, 조심히 살펴 들어가시라고 인사를 드렸다. 마침 원동이라는 곳이 MT촌이었는지 아까 그 대학생들이 우르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다시 그 자리를 되찾은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정말 큰 강을 따라 기차를 달리고 있었다. 낙동강이었다. 디카를 들고 찍으려고 했지만 디카로 담기에는 너무 부족할 정도로 멋진 풍경이라서 내 눈 속에 담아 놓았다.
좀 있다 보니 이상한 방송을 들은 거 같았다. ‘붕붕역’ 이라고 들었는데 기분 탓인가. 잘못 들은 줄 알았는데 명학이도 내랑 똑같이 그렇게 들었다고 해서 웃기면서도 약간 미스터리한 부분이 되었다.
또 다시 자리를 밀려 난 후 자유여행을 한참 만끽할 때 쯤 어느덧 진주역에 도착했다. 3시간 만에 밟는 땅. 진주는 매우 더웠다. 걸어서 진주성을 향하는 도중 시원한 남강
이 우리의 더위를 조금이나마 식혀 주었다. 진주성 매표소에서 티켓을 끊으러 가는 도중 어디서 많이 본 엠블럼이 보였다. 바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축구팀인 포항 스틸러스 버스가 보였다. 며칠 전 AFC 챔피언스 16강전에서 호주의 뉴캐슬 제츠를 6대0으로 격파한 이후 보양식으로 장어를 먹으러 오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포항 스틸러스 유소념팀이여서 약간 힘이 빠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진주성은 매우 잘 관리가 잘 되어 있었고, 남강과 진주성 그리고 자연이 절묘한 조합이 기막히게 잘 맞아 떨어졌다. 촉석루라는 곳에 올라가니 정말 시원했다. 한번 앉았는데 일어나기가 싫은 정도, 오히려 누워서 자고 가고 싶을 정도였다. 좀 있다 보니 무형문화재가 촉석루에 와서 가야금 연주 공연을 하였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촉석루에서 우리의 국악소리를 들으니 정말 환상적인 기분이 들었다. 가야금 연주가 끝나고 시원한 나무 그늘 밑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디카를 꺼내는 순간 디카 케이스 넣어둔 내일로 티켓이 빠진 줄 모르고 돌아다니다가 뒤늦게 알아차려서 우리가 지난간 곳을 찾아다녔다. 다행히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나의 발인데 안 잃어버리도록 내 목숨처럼 잘 간수해야겠다. 좀 있다 보니 진주성문 병사를 교대하는 수성군교대 의식을 하였다.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 교대의식을 구경하였는데 외국인, 한국인 관광객 뿐 만 아니라 진주 시민, 학생들도 많이 관람했다. 진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김시민 장군과 그 외 장수, 포졸들의 30분 가까이 되는 수성군교대 의식을 다 보고 점심을 먹기 위해 이동했다. 진주성 앞에 장어요리집이 많이 있었고, 진주성에 장어요리가 맛있다고 소문이 나서 먹으려고 했으나 1인분에 13000원 하는 바람에 근처 분식집에서 싼 걸로 대충 때웠다.
이렇게 경상도 투어를 정말 금방 끝내고 전라도로 넘어가기 위해 진주역으로 다시 돌아가서 하동역으로 향하는 목포행 무궁화호 올라탔다. 잠시 잠든 사이에 어느덧 하동에 도착했다는 하동에 내리니 그 전 도시와 완전 다른 시골이었다. 섬진강 매화마을에 들어가기 위해 버스 터미널로 걸어갔다. 버스를 올라타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버스시간과 기차시간이 전혀 맞지 않았다. 그걸 깨달은 시점은 순천으로 가는 기차가 오기 불과 7분전이었다. 우리는 급히 버스터미널 앞에 대기 중이던 택시를 타고 쏜살같이 달려갔다. 결과는 아슬아슬하게 세이프를 했다. 기차 안에서 명학이와 나는 열띤 회의를 한 끝에 오늘 여행을 순천에서 끝마치고 쉬기로 결정했다.
그러고 보니 하나 깜박한 것이 있다. 다 챙겼는데 mp3 충전기를 챙기지 않았다. mp3를 귀에 달고 사는 나에게는 mp3를 못 듣는 것은 엄청나게 큰 타격이다. 배터리가 길다고는 하지만 내가 듣는 양으로 보면 도저히 1주일동안 버티지 못할 것이다. 힘들더라도 mp3를 듣는 것을 자제해야 할 수 밖에 없다.
순천. 나는 어릴 때 순천 옆 광양에서 살았지만, 태어난 곳은 순천이었다. 어릴 때라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순천역에 도착하자마자 뭔가 정겨운 기분이 들었다.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순천시민에게 번화가가 어디냐고 물어봤는데 한결같이 시내와 연향동을 말했고, 연향동은 여기서 얼마 멀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서 30분을 걸어서 나오는 것은 아파트 단지였다. 단어 선택의 실패였다. 만약에 서울의 신촌, 명동 이런 식으로 설명했더라면 우리는 아마도 다른 곳에 있었을 것이다. 30분 만에 찾은 식당은 김밥나라였다. 그래도 이렇게 왔는데 김밥나라에서 맛있게 저녁을 먹고 왔던 길로 다시 걸어갔다. 걸어가는 도중 재미있는 광경을 보았다. 어느 초보 운전 아줌마가 경찰차를 들이 받은 것이다. 엄청난 광경에 우리 뿐 아니라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조용히 웃음을 참았다. 홈플러스에서 아이쇼핑을 한 후 야간 찜질방 영업 안하는 사우나에서 허탕치고 순천역 근처에 있는 한 찜질방에 들어갔다. 따뜻한 목욕물에 몸을 담그니 피로가 싹 가셨다. 찜질복으로 갈아 있고, 찜질방에 있다 보니 같은 내일로 여행을 하는 여자분 2분과 이런 저런 여행에 관한 얘기를 했다. 그 여자분 일행은 대전에서 오셨고, 우리와 같이 내일로 여행 첫날이라고 하셨다. 내일 마침 우리도 보성에 가려고 했는데 대전일행분도 가신다고 하셔서 같이 합류해서 가기로 했다. 정말 기대가 된다.
내일로 전국일주의 첫날인데도 매우 피곤했다. 내일 비가 온다는데 약간 걱정이 되지만 즐거운 우리 여행을 방해하지 않을 듯하다.
6. 27 Pm 11:16
-순천 궁전스파밸리-